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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수필] 매생이와 함께가는 행복한 길 - 10. 행복한 국수집의 행복한 사람들
엔존B&F
작성일 : 13-09-30 09:52  조회 : 9,101회 
"매생이와 함께가는 행복한 길"  

             
 
  
 [ 지은이 - 김영진 (주)엔존B&F 대표이사]
 
 한국지체장애인 연합회 고문역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동아시아 Inter-regional 컨퍼런스 부회장
 사랑의 도시락 보내기 운동본부 이사
 구겍청장 표창 - 성시납세자
 대통령 표창 - 사회복지증진기여
 로스엔젤레스 상공회의소장 감사장 수여
 동북아대학생 교류회 회장
 부산생물산업협회 회장
 해양생물육성센터 운영위원
 지역혁신특성화사업 운영위원
 한국프랜차이즈 마케팅대상 수상
 중소기업경영대상 수상
 신기술혁신상 수상
 한방실버웨니스사언 운영위원
 칼럼리스트
 
 
              
 
 
10. 행복한 국수집의 행복한 사람들
 
세상에는 불행한 사람도 많고 행복한 사람도 참 많다. TV를 보거나 가끔 신문에 소개되는 사연들을 보면 미처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이건 행복한 일, 저건 불행한 일 하고 명확하게 구분해 내는 잣대는 없지만 누가 봐도 행복한 일과 누가 봐도 불행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다. 그런데 남이 봤을 때는 분명 불행해야 마땅한데 본인에게는 그다지 불행도 아니고 행복해지는 데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닐 뿐더러 오히려 더 큰 행복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대부분 느끼는 것이 이른바 감동일 텐데 내가 매생이의 유용성을 활용해 이차상품으로 응용하는 과정에서 만난 한 여성이 그러한 감동을 준다. 그녀를 볼 때마다 나는 살아가는 일이 참 소중하고 사람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낀다.
 
그녀는 장애인이다. 다리의 기능이 부실한 장애를 갖고 있다 보니 마흔의 나이에도 초등학생 정도의 키밖에 안 된다. 편한 길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계단이나 좁은 곳을 다닐 때는 목발을 짚는 그녀를 만나면 대체로 사람들은 한 번 더 돌아본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만으로 보자면 그녀는 분명 불행한 사람이다. 가난하다거나 희귀병을 앓고 있다거나 가족끼리 헤어져 있는 것보다 훨씬 불행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사업가이다. 종업원도 어느 정도 되고 생산 공장도 있으며 꾸준히 신상품을 개발해내는 회사의 사장님이다. 게다가 석사 학위 두 개에 학사 학위 두 개를 가진 지성인이며 언제 봐도 곱게 화장을 한 그녀의 얼굴은 탤런트만큼 예쁘다. 그래서 어디를 가더라도 인기가 많다. 또 여기까지의 이야기만 미루어 보면 그녀는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장애인에 회사 사장님이고 키가 작은 대신 얼굴이 예쁘고 편견이 앞서는 시선을 받을 때도 있지만 인기도 많은 그녀를 불행한 사람이라 해야 할까, 행복한 사람이라 해야 할까?
그녀의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대부분 장애인이다. 그러나 사지가 멀쩡하고 지능이 정상인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건 그들의 표정만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결같이 얼굴이 밝다. 물론 내 생각이지만 아마도 그녀를 포함해서 그들 모두가 처음부터 행복한 표정을 가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멀쩡한 사람들도 툭 하면 지하철로 뛰어들고 옥상에서 떨어지는 판에, 결코 유리할 게 없는 그들이 그토록 편안한 표정을 갖기까지는 본인의 노력과 더불어 그녀의 강한 전파력이 작용했을 것이다.
 
도무지 따라갈 수 없는 열정으로, 제각각 숨겨진 장점을 알게 해주고 한껏 드러낼 수 있도록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몸 어딘가에 있는 장애쯤은 아무 것도 아니게 느껴지게 하는 힘.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함께 있기만 해도 새롭게 의지가 생겨난다. 그녀가 정상인이 아니어서 그렇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그러니까 단지 장애인과 비교해서 나를 확인하는 식의 단순무식(?)한 비교우위가 결코 아니라 그녀가 전해주는 무언의 에너지가 있어 그걸 느끼는 순간 용기가 생긴다는 뜻이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것이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그녀 자신이 그것을 한계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녀와 나의 인연에도 매생이가 등장한다. ‘행복한 국수집의 사장님인 그녀는 감각이 뛰어난 사업가였다. 늘 똑같은 국수를 만들어 똑같은 유통 방법으로 똑같은 고객에게 파는 구태의연한 판매방식으로부터의 탈피를 시도했다. , 국수에 특별한 기능을 첨가해 타사의 제품과는 분명히 다른 차별화를 실행했던 것이다. 그녀가 만들어내는 국수는 참 예쁘다. 갖가지의 영양을 첨가해 만든 국수들은 재료에 따라 주황색, 초록색, 노란색 등 먹기 아까울 만큼 예쁜 색을 갖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매생이국수'이다.
 
그녀와 내가 만났을 때 우리는 말이 필요 없었다. 시각, 미각, 촉각, 후각 그리고 보이지 않는 영양소까지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식품 하나를 탄생시키는 데 있어 한 치의 이견도 없었다. 사실 매생이는 국수 외에도 다양한 기능성식품의 소재로 활용가치가 높은데 그것은 풍부한 해양엽록소외에도 칼슘과 칼륨, 철분을 비롯한 무기질과 비타민, 미네랄까지 고루 갖추고 있는 고영양 해조식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품 외에도 화장품이나 스낵류 등 다양한 제품으로 개발 중인데 그런 의미에서 해조류를 소재로 한 국수개발을 한 것은 발 빠른 그녀로서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내가 맨처음 그녀를 본 것은 TV에서였다. 사람을 주제로 하는 다큐멘터리프로였는데 얼굴 가득 환하게 웃음을 머금은 예쁜 사람이 온종일 바쁘게 일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정상인이든 장애인이든 그녀가 지나간 자리마다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매생이 국수를 개발하는 것을 계기로 그녀를 직접 만나고 나서 그때 그녀가 만든 것은 단지 제품 하나가 아니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된다.
 
 매일 전쟁을 치르듯이 살고는 있지만 이따금 그녀를 떠올리면 방금 전까지 전투를 하던 포연 속으로 한 마리 종달새가 날아오르는 환상을 보게 된다. 그 종달새는 아직 채 열기가 식지 않은 포신 위에도 내려앉고 겨우 숨을 돌리는 병사의 철모 위에서도 날개를 쉬며 쏟아지는 포탄 아래 기어이 쓰러져간 전우의 심장 위에서도 고운 소리를 낸다. 비록 금방 또 한바탕 치열한 전투를 치러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높고 맑은 소리를 내며 포연 속을 나는 종달새. 그녀는 참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