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엔존B&F:: 양배추환, 토마토환, 부추환, 해삼환, 쌀눈, 쌀눈분말, 쌀눈농축액, 쌀눈환, 쌀눈음료 등 100% 천연자연식품
HOME > 회사소개 > CEO경영진 > 마이스토리&포토
 
[김영진수필] 매생이와 함께가는 행복한 길 - 11. 자식 이기는 부모가 정말 없을까?
엔존B&F
작성일 : 13-10-02 09:41  조회 : 9,560회 
"매생이와 함께가는 행복한 길"  

             
 
  
 [ 지은이 - 김영진 (주)엔존B&F 대표이사]
 
 한국지체장애인 연합회 고문역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동아시아 Inter-regional 컨퍼런스 부회장
 사랑의 도시락 보내기 운동본부 이사
 구겍청장 표창 - 성시납세자
 대통령 표창 - 사회복지증진기여
 로스엔젤레스 상공회의소장 감사장 수여
 동북아대학생 교류회 회장
 부산생물산업협회 회장
 해양생물육성센터 운영위원
 지역혁신특성화사업 운영위원
 한국프랜차이즈 마케팅대상 수상
 중소기업경영대상 수상
 신기술혁신상 수상
 한방실버웨니스사언 운영위원
 칼럼리스트
 
 
 
 
 
11. 자식 이기는 부모가 정말 없을까?
 
 
내게는 두 아들이 있다. 큰 아들은 중학교 삼학년인데 온 얼굴에 멍게 껍질을 뒤집어 쓴 듯 여드름을 달고 있고, 나보다 운동화 사이즈도 크고 내 옷을 몰래 꺼내 입을 만큼 몸이 다 자라 있다. 그리고 작은 아들은 이제 초등학교 육학년인데 틱장애라는 병을 앓고 있어 걱정이 많지만 착하게 잘 자라고 있다.
 
사실 나는 딸이 갖고 싶다. 사내아이 둘만 키우다 보니 더 그렇겠지만 어쩌다 딸을 데리고 다니는 친구를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아내의 말로는 내가 남의 집 딸을 보면 정신을 못 차린다고 한다. 딸이 하나 있다고 가정해 보면 정신을 못 차리게 좋은 건 사실이다.
 
귀찮을 만큼 여기 저기 따라다니면서 조잘 조잘 아빠를 간섭해 주는 딸이 있다면 크든 작든 호주머니에 넣어 다닐 텐데. 그렇다고 다 키워 놓은 아들을 어디 가서 딸로 바꿔올 수도 없는 일이니 딸 키울 팔자는 못 되나보다 하고 여드름이 주렁주렁한 장남과 어설퍼 보이는 차남을 품에 안고 사는 수 밖에 없겠다.
옛말 그른 게 하나도 없다고 하는데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것도 과연 맞는 말일까? 나는 요즈음 장남을 보면서 역시 옛말이 그르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날씨가 너무 화창해 도저히 집 안에서 꿈지럭대고 있기가 민망한 어느 봄날의 일요일이었다. 느즈막이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려는데 식탁 위에 매생이전과 더불어 매생이 냉채, 매생이 생선찜이 올라와 있었다. 장남은 매생이전을 보더니 갑자기 눈빛이 달라졌다. 갓 구워내야 맛이 난다며 아내는 식탁 앞에 앉을 엄두도 못 내고 연신 매생이전을 구워내고 있었지만 나보다 밥숟가락을 크게 뜨는 장남이 먹어치우는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어 매생이전이 담겼던 접시는 연신 비워지고 메꾸어 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어찌나 잘 먹는지 숟가락을 든 채로 한참을 멍하니 보고 있었지만 아들의 먹는 속도는 줄어들지를 않았다. 족히 열 서너 번은 더 되게 아내가 매생이전을 구워다 날랐음에도 불구하고 방금 또 비워진 접시를 내려다보며 군침을 흘리는 장남을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었다.
 
아들아, 너 매생이전이 맛있느냐?”
, 그렇습니다. 아버지.”
눈치 빠른 장남은 금방 내 어투를 흉내 내며 말을 받는다.
아들아, 오늘 아침에 네가 먹어치운 매생이가 원가만 따지더라도 얼마가 되는지 아느냐?”
모르기는 해도 상당할 거라 생각됩니다. 아들이 먹는 게 아까우십니까? 아버지.”
사실 아무리 아들이지만 좀 아깝구나. 그렇게 먹고도 도무지 아버지에게 도움이 안 되고 있으니 이제 그만 먹도록 하여라.”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서운하게 하십니까? 어디 힘 쓸 일이 있으면 불러 주십시오. 그 동안 먹어 치운 매생이 값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옆에 있던 아내와 차남은 우리의 대화가 재미있었던지 낄낄대며 웃고 있었다. 사실 매생이 속에는 철분, 칼슘, 칼륨 같은 무기질이 풍부해 한참 자라는 아이들에게 특히 좋은 식품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일이 바빠 못 보는 사이에 부쩍 커버린 장남이 그날 아침 넙죽넙죽 매생이전과 매생이생선찜을 먹는 걸 보면서 어찌나 뿌듯하든지 매생이에 대고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집 안팎을 둘러봐도 장남이 힘을 쓸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제안한 설거지나 청소는 녀석의 말대로 단순노가다일 뿐, 힘의 강도를 측정하기에는 부적절하고 그렇다고 멀쩡히 잘 있는 냉장고나 식탁을 옮겨 놓으라고는 할 수 없는 일. 그런데 나는 꼭 녀석의 힘이 얼마나 센지를 알고 싶었다. 그 때 옆에서 묵묵히 밥을 먹고 있던 차남이 거들고 나섰다.
 
아빠, 형이랑 팔씨름 한 판 하세요. 형이 이기면 새 운동화 사주고 아빠가 이기면 다리 주물러 주기로 하고.”
 
! 기발한 발상. 영 쑥맥인 줄만 알았던 작은 녀석도 때로는 이렇게 신통할 때가 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그날의 팔씨름 대회였다. 내가 대회라는 거창한 단어를 쓰는 것은 그것이 그냥 집 안에서 아들과 아버지가 팔씨름을 하다가 적당히 승부를 내고 끝 낸 것이 아니라 앞집과 옆집에 사는 두 명의 아빠와 그 아빠들이 데리고 온 두 딸들의 응원 속에 제법 형식을 갖춰 진행된 것이기 때문이다.
 
아내가 설거지를 끝내기를 기다렸다가 아들과 나는 본격적으로 팔씨름을 했다. 굳이 마당으로 장소를 옮기게 된 것은 그 날의 봄볕이 유난히 환했고 모처럼 가족과 보내는 휴일의 편안함이 한껏 여유로웠기 때문이다. 마치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것처럼 분분히 부서져 내리는 볕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마당 한 편에 야외용 식탁을 꺼내 파라솔을 꽂아놓고 아내는 과일을 내왔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응원 자세를 취하는 차남이 자리를 잡으면서 팔씨름이 시작됐다.
 
삼판양승. 첫판은 아들이 이겼다. 내가 미처 준비도 되기 전에 아내가 시작 신호를 보냈고 여드름이 저절로 툭툭 터질 만큼 온 몸에 힘을 주고 있던 아들이 먼저 내 팔목을 꺾었기 때문이다. 둘째 판은 내가 이겼다. 이미 첫판에서 힘을 많이 소모한 아들의 팔목을 비틀어 넘기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이 번에는 아내의 시작소리 보다 내가 조금 빠르기는 했지만 팔씨름이란 원래 동작이 빠른 쪽이 유리한 시합인 만큼 그건 반칙이 아니라 기술이었다. 그리고 첫판을 싱겁게 아들에게 내준 아버지 입장에서 둘째 판에서는 어떻게든 이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기도 했다.
 
노란 햇볕이 무더기 져있는 마당에 앉아 붉은 빛이 촉촉한 딸기를 몇 알 먹은 다음 셋째 판을 재개하기로 하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데 앞집과 옆집에서 조그만 머리가 하나씩 쏙쏙 올라왔다. 그 때부터 우리의 팔씨름은 이미 집안일이 아니라 대회로 치달을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그 조그만 머리들은 금방 내려가더니 잠시 후에 제 각각의 아빠들 머리와 함께 다시 올라왔다. 이웃의 젊은 아빠들과 그렇게 눈인사를 하고 딸기를 권하면서 머지않아 나의 적수가 될 두 남자가 각각의 응원군인 딸들을 데리고 자연스럽게 우리 집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넓지 않은 마당은 금세 만원이 되었다. 어쨌든 관중이 만원사례를 이룬 가운데 게임 규칙이 정해지고 자장면과 맥주라는 부상이 내걸렸다. 아내와 차남을 비롯한 이웃의 두 딸, 그리고 그 딸의 엄마들까지 자장면에 목숨을 거는 열띤 응원전이 펼쳐지고 나서 순서대로 결전을 치렀다. 지고 나면 무조건 시범 게임이라 우기는 통에 시범 게임만 무려 열 번을 넘게 하다가 드디어 장남을 포함한 네 명의 남자들은 시합모드에 돌입했다. 먼저 세 살박이 딸을 키우는 옆집의 아빠와 장남이 승부를 겨뤘다.
 
 그 다음은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한다는 딸의 아빠와 내가 붙어 승자를 가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음료수와 과일을 먹어가면서 파트너를 바꿔 시합을 하다 보니 장남과 내가 최종 결승에 오른 것이 아닌가? 두 아빠들은 시큰거리는 팔목을 주무르며 짜고 치는 고스톱이니 가족 도박단이니 하면서 연신 수상쩍은 눈길을 보냈다. 그 딸들과 아내들 역시 의심에 가득 찬 눈초리로 우리 가족을 쏘아 보았다.
 
어쨌거나 온갖 불신과 냉기가 흐르는 가운데 장남과 나는 손을 맞잡았다. 겉으로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했지만 테이블 밑으로는 시종일관 다리를 달달 떨어가며 삼판을 치렀다. 결과는 물론 나의 우승이었다. 제 녀석이 아무리 매생이로 다져진 근육질이라지만 아직 한창 때인 나를 따라올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온 세상 고루고루 볕이 뿌려지던 봄날의 하루, 마당에다 아예 돗자리까지 깔고 앉아 자장면과 탕수육, 맥주와 콜라를 마시면서 이웃과 더불어 즐겁게 보낸 휴일이었다.
 
그날 밤, 장남은 초저녁부터 꽤 늦은 시각까지 내 다리를 주무르다가 잠이 들었다. 몸을 웅크리고 잠이 든 녀석은 덩치만 컸지 아직 어린티를 벗지 못하고 있었다. 갓난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키워오면서 저로 인해 얼마나 많은 기쁨과 아픔, 환희와 슬픔이 있었던가를 돌이켜보자 새삼 대견스러웠다. 힘으로 치자면 나도 제법 쓰는 축에 속하는데 아직도 손목이 뻐근한 걸로 봐서는 녀석의 힘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하긴 워낙 운동을 좋아하는 녀석이라 근력훈련도 쉬지 않고 하는데다 승부근성까지 있어 머지않아 나를 능가할 만큼 힘이 세질 것이다. 그리고 녀석은 이제 몸에서 나오는 힘만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힘도 같이 세질 것이다.
 
고르게 숨소리를 내고 있는 장남의 멍게 껍질 같은 얼굴을 한 번 만져보고 나서 아내에게 돈을 주었다. 내가 틈이 날 때가지 기다리자면 이미 작아져 버린 운동화가 더 작아질 테니 나 대신 내일 당장 장남의 운동화를 새로 사주라고. 이제 곧 아빠를 이기는 날이 올 테니 미리 사주는 거라는 말도 꼭 해주라고 했다. 아내가 흐뭇하게 웃으며 돈을 건네받자 장남의 발가락이 꼼지락거린다.
 
꿈속에서도 힘을 쓰느라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금방 금방 작아지는 운동화만큼 몸도 마음도 정신도 열심히 자랄게요,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자식에게 팔씨름은 이겼지만 결국 부모를 이기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자식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