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엔존B&F:: 양배추환, 토마토환, 부추환, 해삼환, 쌀눈, 쌀눈분말, 쌀눈농축액, 쌀눈환, 쌀눈음료 등 100% 천연자연식품
HOME > 회사소개 > CEO경영진 > 마이스토리&포토
 
[김영진수필] 매생이와 함께가는 행복한 길 - 12. 길 위의 날들
엔존B&F
작성일 : 13-10-07 09:28  조회 : 9,261회 
"매생이와 함께가는 행복한 길"  

             
 
  
 [ 지은이 - 김영진 (주)엔존B&F 대표이사]
 
 한국지체장애인 연합회 고문역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동아시아 Inter-regional 컨퍼런스 부회장
 사랑의 도시락 보내기 운동본부 이사
 구겍청장 표창 - 성시납세자
 대통령 표창 - 사회복지증진기여
 로스엔젤레스 상공회의소장 감사장 수여
 동북아대학생 교류회 회장
 부산생물산업협회 회장
 해양생물육성센터 운영위원
 지역혁신특성화사업 운영위원
 한국프랜차이즈 마케팅대상 수상
 중소기업경영대상 수상
 신기술혁신상 수상
 한방실버웨니스사언 운영위원
 칼럼리스트
 
 
 
12. 길 위의 날들
 
20061, 전라도로 출장을 가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해가 바뀌고 채 두 달이 되지 않아 내 차로 달린 거리가 10000km가 넘는다는 것이었다.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거리는 계산에 넣지 않고 두 달 중 휴일을 제외하면 하루 200km 가까이 달렸다는 말이 되는데 도시의 택시기사가 하루 평균 400km를 주행한다는 것과 비교해볼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껏 십오 년이 넘도록 사업을 해왔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거리를 출장 다녔던 적은 없다. 겨울 한 철, 그것도 남도의 청정해역에서만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매생이를, 숨겨놓은 애인 만나러 다니 듯 보러 다니면서 길 위에서 보낸 시간이 그만큼 많다보니 길 위에서 겪은 사연도 많다.
 
홈쇼핑에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산지에 화면자료 촬영을 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방송이 나가게 되면 한꺼번에 주문이 들어올 것이기에 나를 포함해 전 직원이 생산라인에 투입되어 닷새째 철야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밤새 포장작업을 거들다가 아침 첫 비행기로 서울에 가 닿기가 무섭게 촬영장비와 인력을 이끌고 전라도를 향해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빡빡하게 짜놓은 스케줄대로 움직이자니 남도의 정취가 아무리 곁눈으로 빨려 들어와도 이마에 흐르는 진땀을 닦을 틈도 없었다.
 
극도의 피로 속에서도 숨이 턱에 닿아가며 겨우 시간을 맞추면서 진행을 하고 있는데 어느 군수와의 인터뷰가 펑크나는 일이 발생했다. 군수의 말로는 지역 상품 홍보도 하고 지자체 수익도 올리는 차원에서 인터뷰 약속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장사꾼과 결탁되는 것 같아 구설수에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났다. 군수의 말대로라면 장사는 하지 않고 외지 사람들이 제 발로 찾아와 알아서 사가기를 바란다는 뜻이 되는데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홍보는 하되 장사는 안 하다니.
 
군수님, 우리나라 사람들 중 매생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많이들 모르지 않나 싶은데.”
그래서 홍보가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알리지 않는데 어떻게 알고 사 가겠습니까?”
그래도 대놓고 장사를 하기는 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직도 이런 편협한 사고방식이 남아있나 싶어 얼굴을 한 번 더 쳐다봤을 뿐이다. 그날, 군수와의 인터뷰는 실패했지만 다음 촬영에서 수협소장을 섭외해 인터뷰를 했다. 재섭외를 하는 과정에서는 당연한 얘기지만 기꺼이 응하겠다, 아니 제발 인터뷰도하고 매생이와 더불어 다른 상품도 같이 홍보하자, 그런 반응이었다. 인터뷰를 펑크 낸 군수께서는 아직도 제 발로 돈 들고 와서 알아서 사가시오, 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나온 배를 한껏 더 내밀고 앉아 계신지는 모르지만 급변하는 시대에 더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각오를 다진 날이었다. 그리고 장사꾼사업가의 차이가 뭔가를 한참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촬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라도 강진에 있는 모 수산회사대표이사를 만나러 갈 일이 생겼다. 역시 멀고 험한 길을 운전해 갔지만 그 때는 직원 세 명을 대동하고 있어 촬영팀을 인솔해 갈 때보다는 한결 편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금요일 저녁으로 출발 시각을 잡다보니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서울 출장을 끝내고 공항에 내려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과 바로 전라도를 향해 가기로 되어있었는데 공항에서 나를 맞은 직원들은 비즈니스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주말여행을 가는 차림이었던 것이다. 휴일을 포함한 출장이다 보니 가볍게 다녀오자고 했던 것이 출장보다는 놀러가자는 말로 들렸던 모양이다. 일정은 바쁘고 할 일은 많고. 가는 길에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사기로 하고 그대로 출발을 했다. 그러자 차 안에서 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사장님, 꼭 그렇게 꽃단장을 해야 합니까? 날도 추운데.”
 
사실 직원들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나는 꼭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모 군수님으로부터 기업가들을 싸잡아 장사꾼이라 하는 소리를 듣고 난 후부터 사소한 것에도 허점을 보이지 않으려는 결백증(?)이 더해져서일 것이다. 쉬지 않고 차를 달려 목적지에 도착해서 대표이사를 만나면서 직원들에게 굳이 차림새를 강조하길 잘했다 싶었다. 물론 옷차림하고 매생이하고 무슨 상관있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나는 단정한 차림새에서 단정한 생각이 나온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차림새가 단정해야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건 사실이다.
 
대표이사는 참으로 생각이 단정한 사람이었다. 내가 민감해져 버린 장사꾼사업가로 양분해 볼 때 분명 사업가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매생이를 수매하는 것을 계기로 만났지만 계약 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표이사와 나는 우리 바다의 보물인 해산물이 일본으로 마구 넘겨지는 실태에 대해 염려하는 바도 같았고 어민의 보호정책이 시급하다는 것, 하나의 상품을 내놓을 때는 충분한 연구와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부당하게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상도의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로 생각이 통했다.
돌아오는 길에 그런 사업가와 더불어 국가의 경제를 논하는 자리에서 나를 수행하는 직원들이 꽃단장을 하고 있지 않았다면 자칫 나라의 경제가 흔들릴 뻔했다며 우리는 커다랗게 웃었다. 세상에는 많은 장사꾼도 있지만 진정한 사업가도 있어 질서가 잡히고 있다는 사실을 모 군수님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전라도를 떠나왔다.
 
갔던 길을 또 가고 왔던 길을 되밟아 가는 길 위의 여정 중에 또 하나 희비가 엇갈리는 일이 있었다. 매생이라는 것이 워낙 자료가 없다보니 사업을 시작하는 과정이 다른 소재보다 몇 곱절 힘이 들었다. 해양생물학계는 물론 생산지에서마저 논문은 고사하고 변변한 보고서 하나 없이 입에서 입으로만 소문이 나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매생이가 가진 여러 기능을 증명해내는 데 있어 힘도 들었지만 비용 부담도 만만치가 않았다. 대학에서 산학컨소시움을 구성하고 매생이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하면서는 많은 연구비를 들여야만 했다.
 
조간대에는 햇빛을 보고 자라고 만조 때는 물에 푹 잠겨 바다의 영양분을 그대로 섭취하는 매생이가 엽록소의 보물창고인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지만 그것을 자료화하고 공신력을 얻기까지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 특히, 엽록소와 더불어 풍부한 섬유질이 혈액순환과 장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투입된 실험쥐와 연구인력 그리고 값비싼 장비까지. 각계각층의 인사들에게 보내고 있는 제품과 강진, 장흥, 고흥, 완도, 고금도, 통영, 거제도 일대, 그리고 서울, 대전, 일본, 미국을 오가며 사람이 모인 곳이면 어디나 뿌리고 있는 샘플들.
 
무료 시식회를 한 번 개최할 때마다 많게는 7,500명분의 매생이국을 끓여대다 보니 사실 많은 돈이 들어간다. 지금은 물론 그렇게 뿌린 씨앗들이 여기저기 열매를 맺어 돌아오고 있지만 길 위에서 보낸 날들 중 그렇게 연구비와 홍보비를 투자하면서도 정작 나는 밥 한 끼를 제대로 먹지 못할 때가 많았다.
 
해양생물 소재사업을 시작한 지 채 일 년이 되지 않던 어느 날, 도무지 틈이 없어 차 안에 앉아 빵과 우유를 먹으면서 따뜻한 매생이국 한 그릇 먹었으면 든든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식탁에 고영양가의 매생이를 올려놓기 위해 이렇게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는데 정작 나는 밥 한 끼를 때 맞춰 못 먹는구나 싶어 그날따라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억지로 밀어 넣다시피 우걱거리며 빵을 먹다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신기술 벤처기업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뛸 듯이 기뻤다. 복잡한 자료를 준비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 심사를 받기는 했지만 워낙 어려운 관문인지라 더욱 기뻤다.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의 축하인사를 들으면서 어찌나 기뻤던지 한 손에 든 우유를 쏟아 양복 윗도리에 얼룩이 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매생이로부터 엽록소를 추출해 내는 고도기술을 인정받아 100만이 넘는 기업 중 1%도 채 안 되는 신기술벤처기업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은 것이다. 전라도의 어느 국도를 달리다가 갓길에 세워놓은 차 안에 앉아 주린 배 속으로 꾸역꾸역 빵을 우겨넣으며 받았던 한 통의 전화가 그렇게 극한의 희비를 맛보게 한 길 위의 하루였다.
 
길 위에서의 사연은 또 있다. 부산벡스코에서 사일 간 수산무역엑스포가 열릴 때의 일이. 일정이 모두 끝나자마자 나는 목이 완전히 쉬어버렸다. 웬만큼 쉬어서는 목소리가 좀 변하기는 해도 아예 소리가 안 나오지는 않을 텐데 그 때 내 경우는 완전히 의사 전달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전화를 받을 수도 없을 만큼 후유증이 컸다. 이야기를 하자면 이렇다.
 
수산무역엑스포 행사가 열리는 동안 많은 상품들이 전시 되었는데 그 중 통영에서 올라온 수협굴부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위치에 맑은 바다 초록 매생이가 자리를 잡았다. 개장하자마자 들어차기 시작하는 사람들로 사 일 내내 북새통을 이루면서 수산물에 대한 관심도가 이렇게 높을 줄 몰랐다며 입점한 부스마다 입을 모았다. 행사 기간 동안 맑은 바다 초록 매생이코너에서 시식을 하고 간 인원만 해도 오천 여 명이 넘는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었다. 시식을 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야 할 상황이 되자 나는 소매를 걷어 붙이고 약장사(?)에 나섰다.
 
섬유질이 풍부해 변비에 좋습니다.”
숙취해소에 그만입니다.”
엽록소가 풍부해 혈액순환을 돕습니다.”
고혈압과 위염, 위궤양에도 효과가 탁월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다. 명색이 국제적인 박람회 자리에서 그런 식의 전근대적인 방법을 동원 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시식하는 사람들이 이걸 먹으면 어디에 좋으냐고들 물어대니 처음에는 일일이 대답을 해주고 있었을 뿐인데 줄의 뒤 쪽에 있던 누군가가 뭐라구요? 안 들려요.’하게 되면서 졸지에 그런 분위기로 흘러가버리고 말았다.
 
심장에 좋다, 위에 좋다 하면서 떠들다가 힘에 부친다 싶으면 매생이국 한 그릇 마시고 또 한참 떠들고, 그러다 허기가 지면 매생이전 한 조각 집어먹고. 즉석에서 충전까지 해가며 쉬지 않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자꾸만 모여들고 사람이 들끓으니 호기심으로 기웃거리다 가세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나는 또 매생이국을 마시며 소화 기능에 좋다, 장기능에 좋다, 하면서 을 팔았다. 나중에는 직원들이 아예 서커스도 하자고 할 만큼 우리는 본격적인 약장사 모드에 돌입해 있었다. 사실 나는 말이 없는 편이라는 평을 듣는 사람이다. 사람을 만나면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듣는 쪽에 속한다. 그런 내가 그런 모습으로 변신하기까지는 내 DNA가 변형되는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열정을 다해 매진하다보니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DNA마저 변해버렸다는 얘기다. 여담이지만 문학과는 전혀 인연이 없을 것 같은 내가 이렇게 매생이에 관한 글을 써서 책을 내는 것만 해도 DNA가 변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긴 첫사랑을 할 때나 써봤던 시까지 매생이를 소재로 지었으니 내가 생각해도 매생이에 관한 나의 충정은 놀랍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행사가 끝나고 부스를 철수하면서 굴을 내놓고 있던 코너로부터 들리는 말인 즉, ‘ 저 회사 사고치겠군.’ 목은 쉬어 전화를 못 받을 정도였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박람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짧은 시간 동안 길 위에서 나는 죽은 듯이 잠을 잤다. 운전하던 직원이 도착해서도 차마 깨우지 못해 한참을 앉아 있어야 할 만큼 깊고 고단한 잠. 잤다기 보다는 시간이 뭉텅 잘려 나간 느낌이 들었다. 약장사